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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주사 석탑 vs 경주 석탑 (형식, 의미, 비교)

by 아름다운 우주 2025. 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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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석탑은 시대와 지역에 따라 그 형태와 의미가 다르게 발전해 왔습니다. 특히 전남 화순의 운주사 석탑과 경주의 대표 석탑들은 그 조형미와 철학에서 큰 차이를 보여줍니다. 이 글에서는 고려 후기의 민간 신앙과 연결된 운주사의 석탑들과 통일신라 시기 정제된 양식을 따르는 경주 석탑들을 비교해 보며, 한국 석조문화의 다채로움을 살펴보겠습니다.

형식 비교: 자유로움 vs 정제미

운주사 석탑의 첫 인상은 ‘자유로움’입니다. 설계도 없이  누군가 작업을 하다 그만둔듯한 모양의 석탑들이 각각 흩어져 있습니다. 운주사에는 약 100여 개에 달하는 탑들이 있으며, 대부분 기단부만  있거나 위쪽 구조가 완성되지 않은 미완성의 탑들입니다. 이 석탑들은 산 곳곳에  무질서하게 배치되어 있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이와 달리, 경주의 대표적인 불국사의 다보탑과 석가탑, 분황사 모전석탑 등은 정교한 비례와 구조적 완성도를 자랑합니다. 통일신라 시대에  만들어진 이들 탑은 정확한 삼층 석탑과  중앙 집중형 구조,  종교적 의미와 체계를 따릅니다. 특히 석가탑은 남성적이며 서 정교한 건축양식을  상징하고, 다보탑은 여성스러우면서 화려한 양식으로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남녀의 조합을 상징하는 쌍탑입니다

따라서 형식 면에서 볼 때, 운주사 석탑은 유연하고 민중적인 정서를 담고 있으며, 경주 석탑은 체계적이고 왕실 불교의 영향력이 뚜렷한 조형입니다. 하나는 과정 중의 미를, 또 하나는 완성된 미를 보여준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의미 비교: 민중 신앙 vs 왕실 불교

운주사 석탑은 일반적인 불교 사찰과 달리 토속적이고 대중적인 믿음을 강하게 품고 있습니다. ‘천불천탑’ 전설처럼, 백성들의 재난 회피와 국토 안정을 기원하는 집단의식의 산물로 여겨집니다. 실제로 이곳 석탑들은 의례적인 종교적 공간이 아닌 산을 따라 각각 흩어진 모습으로 제사 의례용 혹은 신성한 경계를 표현하는 의미로 해석이 됩니다.

반면 경상도 경주의 석탑들은 철저히 불교 교리를 전파하고자 한 결과물로 볼 수 있습니다. 다보탑은 법화경 속 다 보여래의 존재를 실물로 구현한 것이며, 석가탑은 석가모니의 사리를 봉안한 전형적인 불탑입니다. 이처럼 경주의 석탑은 왕실과 불교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왕실 이상의 권위를 상징하고, 신라 전체에 불심을 전파하는 수단으로 기능하면서 민심을 하나로 모으는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즉, 운주사의 석탑은 ‘백성의 염원’이 돌 속에 깃든 형태이고, 경주의 석탑은 ‘제도화된 신앙’의 구조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각각의 시대적 배경과 정치·종교적  결과로, 한국 불교계 건축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조형미 비교: 미완의 감성 vs 정제된 미학

운주사 석탑의 조형미는 투박라고 거칠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각 석재의 균형과 구성에서 단순한 아름다움을 엿볼 수 있습니다. 석재들은 지역에서 채석한 화강암이며, 거친 손길이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자연에 있는 재료가 하나의 풍경이 되어,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만들어 냅니다.

특히 운주사 석탑은 그 미완성이라는 특성 덕분에 보는 이로 하여금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과연 원래는 어떤 형태였을까?" 혹은 "이 탑에는 어떤 바람이 담겨 있었을까?" 같은 질문들이 떠오르며, 그 불완전함이 오히려 특별한 매력을 줍니다.

반면 경주의 탑들은 석조미의 정수를 보게 됩니다. 다보탑의  여성스러우면서 정교한 장식, 석가탑의 남성적이면서 단정한 비례, 분황사 모전석탑의 다양한 벽돌 표현까지, 모든 것들이 세심하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완성도 기준으로 본다면 경주 석탑의 예술성이 더욱 높다고 평가받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조형미는 단순히 완성도만으로 평가되기 어려운 분야입니다. 운주사의 석탑이 주는 생동감, 미완성의 서사성은 경주의 정형화된 미와는 또 다른 감동을 줍니다. 마치 자유로운 손글씨와 정갈한 활자의 차이처럼, 두 석탑 군은 각각 다른 미감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석탑을 통해 본 한국인의 심정

운주사의 석탑과 경주의 석탑은 시대적 배경과 역사성, 지역성등, 신앙의 차이만큼이나 각기 다른  모습을 갖고 있습니다. 운주사는 민중의 기도와 염원이 깃든 생활 속 석조물이며,  경주의 탑들은 체계적이고 정제된 불교 예술의 정수입니다.  미완성의 아름다움과 완성된 아름다움 그 사이에 놓인 두 석탑의 세계는 우리가 한국 불교문화의 다채로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시간이 된다면,  직접 방문해 석조의 미학을 직접 체험해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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